책에서 나를 읽다
『데미안』 나는 나에게 얼마나 자유로운가
잘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힘들게 할 때,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마음에서 한 발 물러서기
'자유'라는 단어에서 멈추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걸까. 남들의 시선, 잘해야 한다는 부담, 일이 내 뜻대로 흘러가야 마음이 놓이는 조급함. 하나씩 떠올려 보니, 그 안에는 내가 스스로 만든 기준도 있었다. 오늘은 책을 읽으며 그 기준이 나에게 어떤 목소리로 말을 걸고 있는지 돌아봤다.
잘하고 싶은 마음의 뒷면
마흔을 훌쩍 넘긴 지금도 인정받고 싶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고, 맡은 역할을 잘해내고 싶다. 그 마음 덕분에 책임을 다하려 애써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작은 실수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졌다. 애써 해낸 일들이 있어도 부족했던 한 가지에 더 오래 마음이 머문다. 괜찮았던 부분은 지나치고, 아쉬웠던 부분을 되짚는다. 누군가 같은 실수를 했다면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사람에게는 다시 해보면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나 자신에게는 그 말을 쉽게 건네지 못한다. ‘조금 더 잘했어야 했는데.’ 이 말이 나에게는 익숙하다. 반면 ‘이만하면 괜찮았다’는 말은 어색하다. 나를 돌아보는 일이 어느새 나를 평가하는 일이 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붙들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자유를 위해 나는 선택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에서 한 발 물러서는 것. 내가 바꿀 수 없는 일들을 받아들이는 것. 실수한 나에게 다시 시작할 시간을 주는 것. 글로 적으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런 순간이 오면 익숙한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상대의 표정을 살피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한다. 부족함이 드러날까 봐 서둘러 무언가를 더 하려고 한다. 그럴 때 바로 답을 찾기보다 잠시 물어보고 싶다. '나는 지금 무엇이 두려워 이렇게 애쓰고 있을까.' 인정받지 못할까 봐 두려운 것인지, 내가 나에게 실망할까 봐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나를 마주하기 싫은 것인지. 당장 알 수 없더라도, 그 질문 앞에 잠깐 머물러 보고 싶다.
내 마음에도 귀를 기울이는 시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만큼 내 마음도 살펴야 한다. 나는 어떤 태도를 갖고 싶은가?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가? 잘했다는 말을 듣지 못해도 스스로 의미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쉽게 답하기 어렵다. 그 동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더 익숙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도 조금씩 구별해 보고 싶다. 오늘 힘을 써야 할 곳과 내려놓아도 될 곳을, 책임을 다하려는 마음과 불안해서 멈추지 못하는 마음을. 내가 만든 기준이 늘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아니다. 꾸준히 움직이게 했고,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도록 도왔다. 다만 그 기준 때문에 숨이 가빠질 때는 조금 느슨하게 조절할 수 있었으면 한다.
오늘은 나를 조금 덜 다그치기
책을 덮으며 생각에 잠긴다. 나는 지금 무엇에 붙잡혀 있는가. 그것에서 조금 벗어나기 위해 오늘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직 선명한 답은 없다. 오래 품어 온 기준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도 어려울 것이다. 오늘 당장 큰 일을 해낼 수는 없다. 부족했던 일을 떠올릴 때 애써 해낸 일도 함께 기억하기.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루 전체를 아쉬운 날로 정리하지 않기. 조급한 마음이 올라오면 곧바로 움직이기 전에 잠시 멈춰 보기. 강하지 못했다고 느꼈던 순간도 있었고, 생각보다 잘 견딘 순간도 있었다. 어느 한쪽만으로 오늘의 나를 설명하지 않았으면 한다. 잘해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다. 그 마음을 품은 채로, 잘되지 않은 순간도 받아들이고 싶다. 오늘은 나를 조금 덜 다그쳐 보기로 한다. 내가 바라던 자유를, 그 작은 선택에서 연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