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나를 읽다
아픔을 대하는 자세
이겨내야 한다고 믿었던 나에게
※ 이 글은 책에서 인용한 일부 문구를 제외하고, 모든 내용을 저의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박연준의 『소란』 속 문장을 읽으며, 나는 아픔을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지 돌아보았습니다.
아프면 이겨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예전의 저는 아프면 무조건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몸이 아프든 마음이 아프든 참고 견디고 이겨내는 것이 강한 사람의 모습이라고 믿었습니다. 아픔을 드러내거나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어딘가 약한 행동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것도 못 이겨내?” “참아. 그것도 못 참아?” “아파? 그래도 무조건 이겨내야 해.” 언제부터인지 익숙해진 말들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자랐고, 어느 순간부터는 저도 제게 같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힘들어도 이겨내야 한다고. 조금 더 참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런데 정작 제게는 이겨낼 힘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없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아픔에 더해, 견디지 못하는 자신까지 못마땅해졌습니다.
『소란』의 문장이 남긴 질문
“아프다는 것은 이겨내야 할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겪다 보내야 하는 것이다."
아픔을 지혜롭게 겪고 보내야 한다는 문장을 읽으며 잠시 멈췄습니다. 특히 ‘이겨내야 할 것이 아니라’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아픔이 생기면 어떻게 없앨 것인지부터 생각했습니다. 빨리 괜찮아져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아픔이 오래 남으면 제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것처럼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픔이 제 의지대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고 괜찮아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바꿔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이 아픔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당장 답을 찾을 수는 없어도, 지금의 제게는 필요한 질문인 것 같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방법
아픔을 참는 법은 많이 듣고 배웠지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배우지 못한 것 같습니다. 힘들 때 어디까지 견뎌야 하는지, 언제 쉬어야 하는지, 누구에게 마음을 꺼내도 되는지. 그런 일들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지금의 저도 방법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아픔과 함께 살아간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 지혜롭게 겪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배워가는 중입니다. 다만 아픈 자신을 자꾸 다그치는 일은 조금 줄이고 싶습니다. 괜찮지 않은 날에는 그 마음을 인정해 주고 싶습니다. 혼자 감당하기 버거우면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둘러 괜찮아졌다고 결론 내리지도 않으려 합니다. 아픔을 보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니까요. 언제쯤 괜찮아질지 알 수 없을지라도, 그 시간을 살아가는 스스로를 미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나에게 건네고 싶은 말
마음이 아플 때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습니다.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마음까지 모두 같지는 않겠지만,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나도" 라고 공감해주며, 쉽게 답을 내리기보다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과 마음을 나눈 후 마음이 편해 지는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그 대화가 아픔을 모두 해결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혼자 품고 있던 마음을 꺼내 놓는 계기는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픔 앞에서도 잘 견디는 모습을 기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강하지 못한 날의 저도 천천히 바라보고 싶습니다. 아프다고 말하는 저를 약하다고 단정하지 않고, 아직 방법을 찾고 있는 사람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여전히 아픔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참으라는 말이 먼저 떠오를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한 번쯤은 제게 물어보려고 합니다. “필요한 것이 있어?” "뭘 해주면 편해질 것 같아?" 답을 재촉하지 않고, 제 마음이 하는 말을 조금 기다려 보고 싶습니다.
사진 출처 Osama Madlom · A man sitting on a window sill looking out the windowUnsplash · 게시일 2024.08.21 · Unsplash Licensehttps://unsplash.com/photos/u5qYoDfo56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