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나를 읽다
『짐 챙겨』 웃어넘겨도 세상은 망하지 않는다
내 기준에 맞지 않는 일도 “그럴 수 있지” 하며 넘길 수 있는 마음을 바라며....
※ 이 글은 책에서 인용한 일부 문구를 제외하고, 모든 내용을 저의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웃을 수 있는 여유
김영희의 『짐 챙겨』를 읽으며 마음에 남은 것은 어떤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삶의 여유였습니다. 그 대목을 읽다가 한 문장 앞에 멈췄습니다.
“이 세상에 웃지 못할 일이 뭐가 있나?”
김영희, 『짐 챙겨』
이 문장을 보니 누군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 일이 그렇게 되지 않으면 세상이 망해? 아니면 네가 망해?” 조금은 거칠고, 듣기에 따라서는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저에게는 제법 날카로운 질문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붙들고 있는 일이 정말 그만큼 중요한 일인지 돌아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그냥 웃어버릴 수 있는 일도 있었습니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지나갈 수 있었고, 나와 생각이 다르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기준에 맞지 않으면 쉽게 넘어가지 못했습니다.
내 기준이 ‘절대’가 되는 순간
저에게는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그 정도는 지켜야 하지.’ ‘그런 행동은 하면 안 되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며 지켜온 것들입니다. 기준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앞에 어느 순간 ‘반드시’와 ‘절대’가 붙습니다.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되지 않으면, 꼭 바로잡아야 할 일이 생긴 것처럼 마음이 바빠집니다. 처음에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이야기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화가 길어지면 어느새 제 생각을 인정받는 일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같은 설명을 반복하고, 말을 보탤수록 물러서기도 어려워집니다. 정말 중요한 것을 지키려고 그러는 걸까요. 아니면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견디기 어려운 걸까요. 모든 순간을 그렇게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질문을 제게 해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마음이 일을 키울 때
일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저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머리로는 당연히 아는 사실인데, 막상 제 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 저렇게 하지?’라는 생각 뒤에 ‘저러면 안 되는데’라는 판단이 따라옵니다. 마음속에서 몇 번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처음보다 훨씬 큰 문제가 되어 있습니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제 마음이 그 일을 키우고 있는 셈입니다. 누군가의 질문은 바로 그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세상이 망해?’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면, 다음 말을 조금 늦춰도 되겠습니다. 당장 결론을 내지 않아도 되고, 끝까지 제 생각을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불편한 마음이 든다는 이유만으로 매번 긴 이야기를 시작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별일 아니었다고 느낄 일 앞에서, 너무 많은 마음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생각이 들어올 자리가 있을까
제가 돌아보고 싶은 것은 웃는 표정보다 마음의 여유입니다. 예상과 다른 일을 잠시 두고 볼 틈, 다른 사람의 생각이 들어올 자리가 제 마음에 얼마나 있는지 묻게 됩니다. 내 기준을 조금 내려놓으면 무언가 잘못될 것 같아서일까요.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받아들이는 것이 제가 틀렸다고 인정하는 일처럼 느껴져서일까요. 아직 분명한 답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절대 안 된다’고 할 때, 제 마음도 함께 좁아지는 것 같습니다. 다른 가능성을 살펴보기도 전에 문을 닫아버리는 느낌입니다. 누군가는 “그럴 수 있지”, “괜찮아”라고 말합니다. 저는 그 말들을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해 봅니다. 저와 다른 방식을 보면서도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당장 고치거나 설득하지 않은 채 잠시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부럽습니다.
‘그럴 수 있지’를 나에게도
제가 책 속에서 부러워한 여유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에 잠시 숨을 고르고, 평소와는 다른 말을 건네볼 수 있는 마음 말입니다. 앞으로 ‘이건 절대 안 돼’라는 생각이 들면 잠깐 물어보려고 합니다. ‘정말 안 되는 일인가? 아니면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가?’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면 하겠습니다. 다만 조금 달라도 괜찮은 일이라면, 제 기준을 설명하기 전에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해보고 싶습니다. 상대에게도, 쉽게 마음이 굳어지는 저 자신에게도 말입니다. 아직은 그 말보다 따지고 싶은 마음이 먼저 올라올 것입니다. 이 문장 하나를 읽었다고 오래된 반응이 금방 달라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래도 말이 나오기 전 잠깐 멈출 수 있다면, 그 틈에서 다른 선택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괜찮아. 꼭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아도.” 오늘은 이 말을 마음에 남겨두고 싶습니다. 웃어넘겨도 되는 일 앞에서, 마음까지 조금 편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책 속 한 문장을 인용하고, 그 문장을 읽으며 떠오른 저의 생각을 정리한 개인적인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