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취미
처음 10km를 달린 날, 나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나의 러닝 역사 2편 — 체육관 몇 바퀴에서 시작한 달리기가 첫 대회와 59분대 기록으로 이어지기까지.
※ 이 글은 모든 내용을 저의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200km를 넘어서도 마음은 흔들렸습니다
누적 200km를 넘긴 뒤에도 달리기는 계속됐습니다. 그렇다고 달리는 일이 늘 수월했던 것은 아닙니다. 어떤 날은 빨리 뛰고 싶었고, 어떤 날은 오늘도 꼭 뛰어야 하나 싶었습니다. 너무 천천히 달리는 것은 아닌지 신경 쓰이다가도, 조금 더 좋은 기록을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달리기를 이어간다는 건 그런 생각들과 함께 움직이는 일이었습니다. 의욕이 넘치는 날만 있었던 것도, 매번 만족스러웠던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달린 거리는 조금씩 쌓였습니다. 처음에는 체육관 몇 바퀴가 목표였습니다. 그랬던 제가 어느새 수백 킬로미터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 11월 13일, 누적 거리가 500km에 닿았습니다. 뛰는 것 자체가 힘들었던 저에게는 상상해 보지 못한 숫자였습니다. 한 번에 달린 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실제로 달려온 거리였으니까요.

같은 날, 처음으로 10km를 달렸습니다
그날은 누적 500km를 채운 날이자, 처음으로 10km를 멈추지 않고 달린 날이었습니다. 완주하고 나서 가장 크게 남은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나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걷지 않고 10km를 달리는 일은 제게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제가 해냈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거나 기록을 구경한 것이 아니라, 제 몸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달렸습니다. 성취감과 함께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스스로를 조금 더 좋게 바라보게 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너도 할 수 있었구나. 대단하다.’ 제가 저에게 그런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40대 후반에도 어제 하지 못했던 일을 오늘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달리기를 통해 체력뿐 아니라 저 자신에 대한 믿음도 조금씩 쌓이고 있었습니다.
이틀 뒤, 배 번호를 달았습니다
2025년 11월 15일, 안산시장배 전국 마스터스 최강전 10km에 참가했습니다. 처음 10km를 완주한 지 불과 이틀 뒤였습니다.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걷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것. 그때는 속도보다 완주가 중요했습니다. 한 번 해냈어도 대회에서 다시 해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끝까지 걷지 않고 달리고 싶었습니다. 첫 공식 대회의 기록은 1시간 1분 48초였습니다. 체육관 한 바퀴를 뛰고 숨을 헐떡이던 제가 배 번호를 달고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제 이름이 적힌 기록증이 생겼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처음 받은 메달도 특별했습니다. 정해진 조건을 충족해 완주하면 받을 수 있는 메달이었지만, 제게는 처음으로 대회에 참가해 10km를 달렸다는 기억이 담겨 있었습니다.


완주 다음에는 시간이 보였습니다
첫 대회를 마친 뒤에도 ‘다음 대회에서 또 걷지 않고 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던 기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달릴 때는 페이스라는 말도 잘 몰랐는데, 이제는 10km를 1시간 안에 달려보고 싶어졌습니다. 끝까지 달리는 것이 목표였던 제게 새로운 목표가 생긴 셈입니다. 2026년 2월 21일, 제23회 동계 국제마라톤 대회 10km에 참가했습니다. 기록은 59분 59초 84였습니다. 1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0.16초. 아주 작은 차이로 59분대에 들어왔습니다. 숫자로 보면 간발의 차이지만, 제게는 분명히 다른 기록이었습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시간이 기록증에 적혀 있었습니다.

기록이 남겨준 또 하나의 변화
처음에는 몇 바퀴를 달릴 수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이후에는 10km를 걷지 않고 달릴 수 있을지, 그다음에는 1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을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달리기를 이어가면서 제가 저에게 묻는 질문도 달라졌습니다. 할 수 없을 것 같던 일을 하나씩 해본 경험이 다음 목표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처음 10km를 완주했을 때 느낀 자신감이 그래서 오래 남습니다. 제 가능성을 조금 더 믿어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그 뒤로 기록이 계속 좋아진 것은 아닙니다. 다음 대회에서는 다시 1시간을 넘기게 됩니다. 59분대를 달린 날도, 다시 1시간을 넘긴 날도 제 러닝 기록에 함께 남아 있습니다. 다음 편에는 그 오르내림과 누적 1,000km를 향해 달려간 이야기를 이어가려 합니다.